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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의 금강불괴 135화 뉴욕 양키스가 개막 11연승을 거두자 일부 전문가들은 20연승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비쳤다.
대진 운이 좋기 때문이었다.
11연승 이후 토론토 블루제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즈-LA에인절스로 이어지는 9연전을 치르게 됐는데, 세 팀 중 두 팀이 지구 최하위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미네소타 트윈스에 1경기 차이로 앞선 4위다.
일시적인 부진이라고 하기에는 최근 몇 년간 지구 최하위를 담당했거나, 하위권에서 맴돌며 전력 상승 요인이 없었기에 약팀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
반면 뉴욕 양키스는 명백한 강팀이다.
지구 1위를 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볼 정도로 좋은 전력을 지녔기에, 상승세를 이어 나갈 수 있다면 3연전 모두 스윕하는 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뉴욕 양키스는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큰 위기 없이 스윕하면서 뉴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위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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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말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시즌 1차전은 패배해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앞선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각각 6이닝 3실점과 5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했던 5선발이, 1회 초와 3회 초에 각각 2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경기 초반부터 무려 4실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시범 경기 때부터 방어율 0의 행진을 이어 나가며 승승장구하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슈퍼 루키가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뉴욕 양키스의 타선을 꽁꽁 틀어막은 것 또한 문제였다.
5선발의 난조에도 찰리 레인즈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서 두 차례의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일단 선발투수를 3.1이닝 만에 강판시켰다.
4실점 정도에서 그친다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할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불펜투수들이 5.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추가 실점을 막았기에 이는 적절한 판단이었다.
거기에 8회 초 앤드류 해멀스의 2점 홈런으로 추격점이 나왔고, 9회 말 2사 만루의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다시 한번 회심의 한 수를 던졌다.
바로 후안 에르난데스의 대타 기용이었다.
줄곧 좋은 모습을 보여 주다가 이날 경기에서는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데이브 루이스에게 찬스를 맡기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끝내기 그랜드 슬램이 나왔기에 이 또한 적절한 판단이었다.
두 번의 선택.
특히나 후안 에르난데스의 대타 기용에 대해 성공적으로 빅 리그에 적응하고 있는 데이브 루이스와의 주전 경쟁에 대해서 관심을 드러냈다.
베테랑 타자와 루키의 출장 비율은 언제나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일부 베테랑들은 출장 시간에 불만을 품고 코칭스태프와 트러블을 일으키거나 팀을 떠나기도 한다.
과연 찰리 레인즈 감독은 두 선수의 기용에 대해 어떠한 해답을 제시할까?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찰리 레인즈 감독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후안이 수비를 소화할 수 있을 때까지는 데이브가 주전 1루수입니다. 이후에는 더 잘하는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할 겁니다.” “빅리그에 순조롭게 안착한 데이브 루이스 선수가 아닌 후안 에르난데스 선수에게 만루 찬스를 맡긴 이유가 있습니까?” “데이브의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후안의 통산 만루 시 타율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정석적인 답변.
그렇기에 트집거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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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루이스는 이전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 줬지만 이날은 스윙 타이밍조차 제대로 맞지 않을 만큼 컨디션이 안 좋은 모습을 보여 준 반면, 후안 에르난데스는 타격만큼은 OK라는 평가를 받고서 콜업이 됐으며 만루 찬스에서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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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루 시 통산 타율이 4할을 훌쩍 넘어서는 후안 에르난데스에게 뉴욕 양키스 팬들이 애정을 담아 붙여 준 별명이다.
찰리 레인즈 감독은 데이터에 따라 후안 에르난데스에게 대타를 지시했고, 이는 팀의 15연승을 만드는 회심의 일격이 됐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입장에서는 뉴욕 양키스의 15연승을 막지 못한 게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시즌 2차전과 3차전에서는 이강완과 브렛 프리먼 원투펀치가 등판할 예정이었으니까.
미네소타 트윈스가 워낙 부진하고 있어서 그렇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지난 몇 년간 그러했듯이 성적 상승 요인이 딱히 보이지 않은 채 2027시즌을 맞이했다.
마운드는 무난하지만 타선에서 4번 타자 트레버 필립 한 명만 밥값을 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간만에 6득점을 하며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를 놓쳤고, 메이저리그 최약체 타선으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원투펀치인 이강완과 브렛 프리먼을 상대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까?
약팀도 강팀을 잡는 게 야구라는 스포츠다.
162경기의 장기 레이스에서는 때때로 메이저리그 최하위 팀이 1위 팀을 스윕하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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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전력을 다해서 뉴욕 양키스와의 시즌 2차전과 3차전을 준비했고, 이강완을 반드시 잡아낸다는 각오로 머리를 맞댔다.
“첫 타석에서 필립이 큰 거 한 방을 쳐 주는 것, 지금으로써는 그게 최선입니다.” “두 번째 타석부터는 기회가 없을 테니까요?” “네. Lee는 첫 타석 이후 필립과 정면 승부를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토니 세비지를 상대로 그러했던 것처럼, 필립만 견제하면 다른 타자들을 상대로는 승부가 쉽다고 판단할 겁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전력 분석팀은 현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했다.
타율 3할 5푼 5리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는 트레버 필립이 아니라면 이강완을 공략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문제는 뉴욕 양키스도 이 부분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기에, 첫 타석이 아니면 트레버 필립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컨디션이 가장 좋은 타자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면 자멸한다는 걸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확실하게 파악했을 테니까.
덕분에 트레버 필립의 어깨가 한결 무거워졌다.
‘Lee를 상대로 첫 타석에 큰 거 한 방이라······ 가능할까?’ 무지막지한 난이도의 미션이 주어졌으니까.

* * 누군가 그러했다.
연승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위기 상황에서 영웅이 나와 줘야 한다고 말이다.
뉴욕 양키스의 15연승은 9회 말 2사 만루에서 나타난 영웅 후안 에르난데스 덕분에 가능했고, 짜릿한 끝내기 그랜드 슬램으로 인해 분위기가 한껏 살아났다.
그리고 찰리 레인즈 감독은 간만에 이강완이 투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윌튼 게이터와 데이브 루이스를 테이블 세터로, 후안 에르난데스는 6번 타자 지명타자로 기용한 것.
“후안, 무리해서 주루하지 마요. 아직 컨디션 100% 아닌데 다치면 안 되잖아요.” “걱정 마. 산책하듯이 뛸 테니까.” 전날 끝내기 그랜드 슬램으로 인해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하게 된 후안 에르난데스지만, 몸 상태가 100%가 아니기에 동료들은 허슬 플레이를 자제하길 바랐다.
후안 에르난데스는 최대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경기에 임할 생각이었다.
팀이 그에게 원하는 건 큰 거 한 방이다.
공격적인 주루로 한 베이스를 더 가고 변수를 창출하기보다는, 출루를 한 클린업 트리오를 홈으로 불러들여서 추가 득점을 기록하는 게 그가 해야 할 역할이다.
그렇기에 주루 플레이보다는 타석에서의 결과에만 집중할 계획이었다.
1회 초.


마운드에 오른 이강완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상대로 단 공 3개만으로 이닝을 끝냈다.
투심 패스트볼 3개를 던져서 죄다 땅볼을 유도한 것.
-3구 삼자범퇴라니 이건 귀하군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초구에 적극적으로 게스 히팅을 시도할 걸 예상하고서 치기 좋은 코스로 투심 패스트볼을 찔러 넣은 게 인상적입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타자들이 구위를 이겨 내지 못할 거라고 판단을 내린 거겠죠.
-4번 타자 트레버 필립이라면 다르지 않겠습니까?
-정확히는 트레버 필립만 다르겠죠. 한 타자만 잘해서는 Lee를 공략할 수 없다는 게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이미 증명되지 않았습니까.
3구 삼자범퇴라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한 이강완은 미소를 지은 채 더그아웃으로 돌아와서 디에고 로드리게스와 대화를 나눴다.
“너무 예상대로라서 당황스러울 정도인데?” “약팀이 널 상대로 취할 수 있는 전략이 그리 많지 않은 거야 뻔하니까.” “필립도 예상대로 움직여 줄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첫 타석에서는 계획대로 접근해 보게.” “강완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1회 말.
딱! 딱! 딱!
결과적으로 뉴욕 양키스는 자신들이 어째서 강팀인지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시즌 2차전에서의 첫 공격부터 다시 한번 제대로 보여 줬다.
전날에야 선발투수의 압도적인 구위에 틀어 막혀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윌튼 게이터의 안타에 이은 데이브 루이스의 볼넷으로 밥상이 제대로 차려졌고, 김환규의 진루타와 앤드류 해멀스와 디에고 로드리게스의 연속 2루타가 터지며 선취 3득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0 대 3이 됐다.
이강완이 등판했을 때 승리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 실점의 최소화가 1회 말부터 망가진 것이다.
“······Damn.”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Lee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 준다면 내일 브렛을 공략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거야.” “그래. 우리라고 Lee에게 득점을 만들어 내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혹시 알아? 분위기를 타서 Lee에게 처음으로 3실점 이상을 안겨 줄지도 모르지.” “포기하는 순간 진짜 약팀이 되는 거야. 너흰 다들 경험을 쌓으면 좋은 타자가 될 수 있어. 자신감을 가지고 Lee에게 덤벼들어. 결과가 안 좋으면 다음에는 전략을 더 가다듬어서 다시 덤벼들면 되는 거야.” 클럽 하우스 리더인 트레버 필립은 1회 말부터 3실점을 내주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한편.


[팀이 리드 중인 상황입니다. 조건을 충족합니다.] [스킬 ‘굳히기 장인’이 발동합니다.] [제구가 상승합니다. 실투 확률이 소폭 감소합니다.] 넉넉한 득점 지원 덕분에 2회 초부터 굳히기 장인 스킬이 발동된 이강완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자, 그놈의 지긋지긋한 필립을 어떻게 요리해 보실까.’ 이강완은 대부분의 타자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상대 전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신경 쓰이는 타자가 몇 있는 게 사실이다.
그중 한 명이 트레버 필립이다.
필립 바티스타와 더불어 유독 타석에서 이강완을 상대로 유의미한 결과를 자주 만들어 냈던 타자였기에 이강완의 입장에서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스킬 ‘괴물투수’를 사용합니다.] [스킬 ‘제구의 화신’을 사용합니다.] 그렇기에 이강완은 2회 말 선두타자인 트레버 필립을 상대로 처음부터 제구의 화신 스킬을 사용했다.
‘확실하게 제압하고 간다.’ 트레버 필립의 안타로 디트로이트 타선의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 자체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스트라이크!”
초구는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벌칸 체인지업으로 스윙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2구는 몸 쪽 높은 코스에 꽉 차는 102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로 스윙 스트라이크.
그리고 3구는 트레버 필립의 예상을 벗어나는 백도어 슬라이더를 찔러 넣었다. 바깥쪽 보더라인의 가장 낮은 지점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슬라이더에 트레버 필립을 배트를 내지 못했고.
“스트라이크 아웃!” 주심은 스트라이크라고 판단했다.
삼구삼진.
허무하게 삼진을 당한 트레버 필립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강완을 바라보았다.
‘What the······ 백도어 슬라이더를 위닝 샷으로 쓴다고?’ 백도어 슬라이더 위닝 샷.
데이터를 봐서는 절대로 나올 리가 없는 위닝 샷에 스윙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당혹스러움에 입으로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어떻게 해야 팀의 4번 타자를 상대로 백도어 슬라이더를 위닝 샷으로 던질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강완의 머릿속을 해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이강완은 5번 타자와 6번 타자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1회 말에 하지 못했던 세 타자 연속 삼진을 만들어 내며 더그아웃의 환호성을 이끌어 냈다.
반면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더그아웃에서는 한 차례 탄식이 터져 나왔다.
간절히 믿었던 트레버 필립이 삼구삼진을 당한 바로 그 순간에 말이다.
이닝을 끝마치고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가는 중, 이강완은 디에고 로드리게스와 주먹을 맞대며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뻔하지, 뻔해.’ 두 사람의 예상이 정확히 맞아떨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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