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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8 128. 마왕이 진 빚(2) ——————사브나크를 향해 적의를 드러냈던 악마들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모든 짐승들의 왕.
대륙에 종언을 몰고 올 폭군.
남쪽 대륙의 지배자를 모시는 수족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검은 창술사의 말에 악마들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짐승들의 왕…!’
‘투마에 필적하는 강함을 지닌 괴물.’ ‘리베리아 반도의 지배권을 잃은 사브나크가 남쪽 대륙으로 피신했을 때 도움을 줬다는….’ 악마들의 수군거림에 사브나크가 이를 바득 갈면서 검은 창술사를 노려보았다.
“…알고 있다.”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우리들의 지배자께서 사브나크 님을 부르셨습니다.” 창술사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남쪽 대륙으로 세이프게임 돌아오라.
그리고 빌려줬던 대금을 갚으라.
짐승들의 왕이 사브나크에게 내린 명령을 전했다.
하지만 사브나크에게 대금을 갚을 여력이 있을 리 없었다. 엘프들과의 전쟁에서 패배했다. 게다가 부하들에게 배신까지 당하고 말았다. 당장 이 곳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고 할지라도 마왕군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
“리베리아 엘프국과의 전쟁에서 이기셨을 경우에는 향후 100년에 걸쳐 리베리아 반도에 존재하는 진귀한 금은보화와 자원들을 지배자께 상납하기로 하셨습니다. 허나 안타깝게도 전쟁에서 패배하셨으니….” 검은 창술사는 애석하다는 듯이 말하면서 사브나크에게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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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안광이 일렁거렸다.
전쟁에서 패배했을 경우에 지기로 한 대금에 대해 기억하냐는 제스처였다.
사브나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맺은 약속을 모르쇠로 일관할 생각은 없었다.
“도망칠 생각은 없다. 대금을 지불하겠다. 전쟁에서 패하고 무일푼 신세가 되어버린 내가 과연 대금을 지불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배자께서는 어떻게든 반드시 ‘대가’를 받아내실 겁니다.” “…마음대로 해라.” 붉은 머리카락의 마왕이 앞으로 늘어뜨렸던 고철검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두 눈을 감았다.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쓰디쓴 패배를 다시 곱씹듯이 격정에 휩싸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짐승들의 왕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할지는 미지수였다.
복수를 위해 쌓아 올렸던 검술을 빼앗고자 양팔을 자를지도 모른다. 절반 남은 마핵을 빼앗아갈지도 모른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하수인으로 부려질 가능성도 있었다.
“순순히 협오픈홀덤 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사브나크 님은 다르시군요.” “혓바닥 놀리지 마라. 이미 마물들을 풀어서 그라나다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 들켰습니까?” 허를 찔리게 된 창술사는 멋쩍었는지 두 어깨를 으쓱이면서 대답했다.
창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저 멀리 위치한 마물들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사브나크가 순순히 대금 청산을 받아들였으니 그라나다에서 철수하라는 뜻이었다.
음영 속에 숨어서 그라나다를 감시하던 수천 마리의 마물들이 스멀스멀 움직이면서 사라졌다.
“빚을 청산하러 남쪽 대륙으로 가시죠. 친절히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검은 창술사가 창을 들어 올리면서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마물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방해꾼이다.
넘실대는 붉은 안광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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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왕이 파견한 창술사가 위압감을 드러냈음에도 대부분의 악마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사브나크로부터 마핵을 빼앗기 위함이다. 폭염의 마핵을 손에 넣기 전까지는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창검을 든 채로 자리를 지켰다.
“방해하지 마라!”
“저 년 때문에 수많은 동포들이 죽었다!” “오늘 우리들은 폭염의 마핵을 손에 넣을 것이다.” 그라나다를 포위하고 있는 악마들은 무려 수만 명에 달했다.
자신들의 머릿수를 맹신하는 듯했다.
악마들의 강경한 모습에 검은 창술사는 곤란하다는 듯 창으로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고민이 끝냈다 로투스홀짝 . 결심을 내렸는지 검은 창을 늘어뜨리며 술식을 준비했다. 늘어뜨린 날카로운 창날이 탁하고 거무스름한 마나를 내뿜으면서 ‘형벌’이 펼쳐졌다.
“꿰뚫어라.”
투욱.
창끝을 바닥에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지면 아래에서 소환된 검은 가시뼈들이 말뚝처럼 뻗어 나오면서 앞을 가로막았던 악마들을 사정없이 난자하기 시작했다.
두꺼운 피부,
견고한 금속갑옷,
심지어 마법으로 강화된 주술조차, 창술사에 의해 적으로 인식된 악마들을 향해 평등하고 자비로운 죽음을 선사했다.
쿠직. 카가각. 푸구욱!!
살덩이를 찢는 소리, 피부를 베고 갑옷을 갈라내는 소리가 그치질 않고 이어졌다. 그리고 그를 신호 삼아 창술사와 함께 바다를 건너온 마물들이 그라나다를 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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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스필드 가문이 이끄는 병력은 순식간에 타르브를 탈환하고 루르드의 반란마저 진압하면서 왕국 최고의 무가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반란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시민군을 모두 잔인하게 처형한 것은 물론, 그들에게 동조했던 시민들마저 교수대에 보내어 혹시 모를 화근을 짓밟아버렸다.
하지만 진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실수가 발생했다. 발루아 왕국의 반란을 주도했던 반역자들을 놓쳐버린 것이다.

“끝까지 추격해라. 놈들은 왕국의 위엄을 땅에 떨어트리고 왕실의 명예를 더럽혔다. 록스필드 가문의 이름을 걸고 놈들을 처단하겠다.” 총사령관, 트로이드 록스필드의 말에 부관들은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각하…, 잔적들이 아키텐 산맥으로 도망쳤다고 합니다.” “그곳은 엘프들의 영역이 아닙니까? 함부로 들어가선 곤란합니다. 분명히 엘프들이 대신 잔적들을 처리했을 겁니다.” 아키텐 산맥으로 군대를 몰고 가는 것은 엘프들과의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부관들이 모두 반대하고 나섰다.
왕국 전역에서 반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숲의 종족과 척을 지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너희들이 말이 옳다. 하지만 우리들은 반란을 주도한 자들의 수급을 가지고 가야 한다. 엘프들도 인간의 시체로 숲을 더럽히고 싶진 않을 테니.” 록스필드 가문은 결코 왕실의 반역자들을 놓치지 않는다. 트로이드는 가문의 명예와 위광을 위해서라도 반역자들의 수급을 손에 넣어야 한다고 강경하게 반응했다.
트로이드는 군대를 그대로 둔 뒤, 세 아들과 함께 소수의 기사들을 대동한 채로 아키텐 산맥으로 향했다.
“형님, 아버지 좀 말려보십쇼.” “어디 간곡히 부탁한다고 들을 분이냐?” 삼남 베르반의 말에 차남 구벨라스가 말했다. 들을 리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 매부(妹夫)도 간악한 엘프들에게 포로로 잡혔잖습니까.” “매부? 길리어드 경 말이냐.” 베르반과 유신은 과거 록스필드 가문에서 만난 이후로 친분을 맺고 있었다.
같은 나이 대였기 로투스바카라 에 친해질 수 있었다.
여동생 알렌을 ‘괴물’이라 부르며 꺼리는 모습을 보이는 베르반이었지만 아버지 트로이드가 여동생의 약혼자로 정한 유신과는 사이가 좋았다.
그래서 베르반은 유신의 일례를 꺼내면서 엘프들의 영역으로 가는 건 자살행위라며 강력히 주장했다.
“유신 길리어드는 발루아 왕국을 배신하고 엘프들에게 붙은 배신자다. 왕국 기사의 명예를 더럽힌 그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적이다.” “알렌도 함께 있잖습니까.” “그들이 얌전히 왕국으로 돌아왔다면 사태가 이 지경이 되진 않았을 거다.” “뭐…, 그렇긴 하죠.” 형 구벨라스의 말이 틀리진 않았기에 베르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발루아 왕국을 배신한 적.
결코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발루아 왕국으로의 귀환을 포기하고 리베리아 엘프국에 남았으니, 이는 곧 왕국에 대한 배신 행위였다.
아버지를 닮아 고지식한 면이 강한 구벨라스는 그것을 크게 꼬집었다.
“그래도 마왕을 무찌르지 않았습니까? 왕국 기사들의 자랑입니다. 폭정의 마왕에 이어 폭염의 마왕까지 쓰러트리다니…, 그걸 저에게까지 비밀로 한 것은 괘씸한 일이지만 뭐, 매부에게도 사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님께서 약혼을 파기하시지 않은 것을 보면 유신 길리어드를 믿고 계신 것 같기는 하다. 아니면 어떻게든 마왕 살해자를 사위로 두고 싶으시거나.” “신성 제국의 마왕 살해자를 누가 포기하고 싶겠습니까.” 베르반이 웃으면서 고삐를 잡아당겼다.
견고한 마갑으로 무장한 군마가 발걸음 속도를 높였다.
이윽고 아키텐 산맥에 도달하였다.

록스필드 가문의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과 동시에 산맥 부근에서 날카로운 화살들이 빗발쳤다. 그에 록스필드 가문의 기사들이 검을 뽑아들면서 화살을 걷어냈다.
“하핫! 환영인사가 제법인데!” “조용히 해라, 베르반.” 크게 소리치는 베르반의 행동에 구벨라스가 주의를 주었다.
구벨라스가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선두에 선 채로 뒷모습만 보였기 때문에 반응을 확인할 수 없었다.
엘프들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공격을 해왔다. 협상의 여지는 없다. 이번 화살 공격은 위협사격이었다. 여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더 다가선다면 훨씬 더 무자비한 공격이 날아들 게 분명했다.
“아키텐 산맥의 수호자들은 들으라!!” 록스필드 백작,
트로이드 록스필드가 크게 소리치며 녹음 속에 숨은 채로 노려보고 있을 엘프들에게 말했다.
목소리가 굉장히 우렁찼다. 마나를 실은 외침이 사자후가 되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우리들은 왕국의 반역자들을 뒤쫓아 여기까지 도달했다. 분명 이 곳으로 향했을 것이다. 우리들은 그들의 신병을 요구한다! 혹시 사살했다면 그들의 주검이라도 넘겨주길 바란다. 물론 그에 대한 사례는 치르겠다.” 매우 고압적인 말투였다.
왕국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중년 기사답게 EOS파워볼 그 목소리에 지엄한 오만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 목소리에 세 아들들은 물론 록스필드 기사들 또한 물러설 수 없다는 듯이 자리를 지켰다. 발루아 왕국과 록스필드 가문을 상징하는 군기를 늘어뜨린 채 엘프들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씨도 안 먹힐 것 같은데…. 솔직히 아버지 말투도 싸움 걸려고 온 사람처럼 들리고. 이대로 우리들을 붙잡아 노예로 만드는 거 아냐? 전쟁터에서 붙잡힌 왕국 병사들이 엘프국에서 주로 종마로 쓰인다고 들었는데.’ 숲의 그림자 속에 숨은 채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시선들을 눈치 챈 베르반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동태를 살폈다.
명백한 살의가 느껴졌다.

동료들이 납치되었던 건으로 인해 엘프 레인저들은 어느 때보다도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록스필드 가문의 기사들은 발루아 왕국과 리베리아 엘프국이 오랜 적대관계이기 때문에 살벌한 분위기가 오고 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저기 누군가가 옵니다. 엘프인 것 같습니다.” 트로이드의 옆을 지키던 장남 서매스가 입을 열면서 말했다.
나무들 사이로 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전사장 11석, 리아나 엔트리파워볼 라인홀드였다. 은발의 엘프가 날카로운 기세를 뿌리면서 왕국 기사들을 향해 다가섰다.
트로이드는 그녀가 앞으로 다가선 것과 동시에 활시위가 팽팽해지면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 숲에 매복한 채로 대기하고 있는 엘프 레인저들이 화살을 조준하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럼에도 트로이드는 내색하지 않은 채로 눈앞의 엘프에게 입을 열었다.
“나는 왕국과 왕실에 반란을 일으킨 반역도당들을 추포하러 온 트로이드 록스필드다. 이 곳으로 도망친 반역자들의 신병을 인계해줬으면 한다. 앞서 말한 대로 사례는 지급하겠다.” “…록스필드?”
리아나가 중얼거렸다.
어디서 많이 들은 가문명이다.
록스필드. 그 이름을 들은 리아나는 알 수 없는 오한을 느꼈다.
“반역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단으로 영역에 들어온 휴먼들은 우리가 맡고 있다.” “그들이 분명하다. 뒤를 계속 쫓아왔으니.” 리아나의 말에 트로이드가 답했다.
은발의 엘프에게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에 트로이드는 눈앞의 엘프가 엘프들 중에서도 강자로 손꼽히는 검사라는 것을 확신했다.
“사례는 필요 없다. 우리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신병을 건네받은 뒤에 당장 이 영역에서 나가라. 불응할 경우 무력을 동원하겠다.” 강한 경계심과 노골적인 멸시에 가득 담긴 발언에 구벨라스가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들과 달리 트로이드는 냉철한 표정을 유지하면서 엘프 전사장의 요구에 고개를 끄덕였다.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반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기분이 좋습니다.
공지에 올린 것처럼 보유 주식이 떡상을 했기 때문입니다.
노벨피아 정산금이 복사가 되는 마술을 경험해버리니 정신을 못 차리겠군요, 후후후후후.
카카오 게임즈.
말딸겜이 나올 거라는 말에 사놓은 주식이 이렇게 될 줄이야. 역시 인생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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