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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화 〉휴식(2)
사랑하는 남자가 만사를 제쳐두고 가장 먼저 자신에게 와주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여성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알렌이 가시를 드러냈다.
성난 고슴도치처럼 날카로운 가시를세우면서 유신을 흘겨보았다.
그 길쭉이 귀의 냄새가 난다. 분명 그 길쭉이 귀의 안부를 살피고 돌아온 거겠지. 알렌이 오픈홀덤 유신에게 심통을 부리는 건 당연하다. 토라진 표정을 지으면서 소박맞은 아내처럼 행동했다.
“나도 다쳤어! 근데 오빠는 그 길쭉 귀가 더 소중하지? 수년 동안 함께 해온 여동생을 뒷전에 둘 정도로!” “어, 미안….”
근데 넌 금방 낫잖아.
사브나크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당했음에도 멀쩡한 모습을하고 있는 알렌을 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배려가 없었던 건 사실이다.
알렌이 아르데나보다도 더 깊은 중상을 입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유신은 사과의 의미를 전하고자 그녀에게 약속했다.
“싸움이 끝나면 마헤리트에 있는 스테이크 식당이라도 가자. 알로네한테 들었어. 함께 갔었다며. 미안한 마음을 담아 내가 한 턱 낼 테니까.” “좋아, 특별히 용서해줄게.”
유신이 손을 뻗으면서 알렌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그러자 알렌이 배시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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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금방 화가 풀렸다.
쀼루퉁하고 퉁명스러웠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알렌은 유신이 자신의 푸른 머리카락을 애정 담아서 쓰다듬어주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르릉.”
알렌이 유신의 손을 맞잡으면서 자신의 뺨으로 잡아당겼다.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온기였다.
유신을 따라 조국을 버리고 엘프국으로 오게 되었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었다. 그가 있는 곳은 어디든 따라갈 뿐이다. 자신의 행동으로 록스필드 가문이 위험에 처하건 말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와 함께 있다는 것.
그의 뜨거운 체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오로지 그것만을 애절하게 원할 뿐이다.
“고마워.”
“응, 뭐가?”
“내 억지를 들어줬잖아.”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었다.
못할 짓을 해버렸다.
줄곧 자신을 따라준 여동생 같은 제자에게.
지금까지 유신은 알렌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무런 연고도 없는, 휴 세이프게임 먼들을 노예 계급으로 운용하고 있는 엘프국으로 오게 했다.
“난 괜찮아. 오빠가 있는 곳이 내가 있을 곳이니까.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항상 내 곁에만 있어줘. 난 그것만으로 만족해.” “고맙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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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이 포옹을 위해 두 팔을 뻗었다.
당장이라도 품에 뛰어들 것 같았던 모습과는 달리,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알렌은수줍어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투박하고다혈질적인 성격의 그녀였지만, 왕국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의 영애였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연애라는 행위에 대해 굉장히 서툰 면이 강했다. 아르데나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정도였다.
“제자들한테 갈 건데 같이 갈까?” “알았어.”
알렌은 알로네와 사이가 좋았다.
정식으로 친구가 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엘프들에게 많은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알렌은 유일하게 알로네하고만 이야기를 나눴다.
대체 무슨 접점이 있어 알로네와 알렌이 말동무가 된 걸까. 그렇 세이프파워볼 게 생각한 유신은 좋은 게 좋은 일 아니겠냐며 알로네에게 마음을 연 알렌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승님!”
“선생님.”
알로네와 레티시아는 궁성의 중앙에 위치한 정원에 있었다.
푸른 녹음으로 가득한 정원의중심에 위치한 분수대에서 하이엘프 아가씨들을 만났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풀냄새.
싱싱한 푸른색을 가득 담은 식물들.
그리고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나뭇잎 사이로 반짝반짝 빛나는 햇볕까지.
자연 속에 녹아든 두 하이엘프들의 모습은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요정을 보는 듯했다. 그녀들은 요정의 신비함과 성스러운 아름다움을 가득 담고 있었다.
“몸은 괜찮아?”
“원래부터 멀쩡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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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하고 싸웠다며! 역시 스승님이야!” 동경과 환희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알로네가유신을 올려다보았다.
두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마치 성경에서나 그리던 구세주를 직파워볼사이트 접 영접한 신도라도 보는 것 같았다.
“나도 나섰거든.”
“알렌도 대단해! 역시 왕국칠검이야!” 알로네의 칭찬에 알렌의 콧대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접점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정신연령대가 비슷한 게 아닐까.
알로네와 알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유신은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아.”
유신과 시선이 마주치게 된 레티시아가 짧은 신음을 흘렸다.
숨기는 것이라도 있는 걸까.
시집가는 숫처녀처럼 얼굴을 살포시 붉힌 레티시아가 유신에게 입을 열었다.
“들었어요, 폭염의 마왕과 격렬하게 싸우셨다고. 수고 많으셨어요, 선생님.” “많이 위태로웠지.”
“전 선생님이 이기실 거라고 믿어요.” “너무 뜬금없는 자신감이잖아. 역시 그때의 기억을 봤기 그런가?” 유신의 말에 레티시아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보았다.
다크엘프들이 남긴 메모리 베슬을 통해서.

벼락을 머금은 검과 갑옷으로 무장한 채 마왕성으로 향하던 유신의 뒷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비록 기억으로 인해 만들어진 가상세계를 통해 바라본 것에 불과했지만, 두 눈으로 본 세계는 진짜로 벌어졌던 현실이었다.
“마왕을 쓰러트렸을 때…, 분명 만감이 교차하셨겠죠. 인생은 절대로 동화책처럼 순진무구한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그래, 네 말이 맞아.”
레티시아의 말에 유신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과거를 회상했다.
쓴웃음을 지었다.
설마 세 번째 제자와 아가레스를 쓰러트렸을 때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다니.
산탄데르 가문의 영애는 탐구욕이 매우 강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다크엘프들의 메모리 베슬에 손을 댄 것이겠지. 부하들의 기억을 몰래 훔쳐본 것은 괘씸한 일이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부하들은 레티시아 아가씨라면 괜찮다면서 웃어넘겼으므로 유신도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거야. 부하들의 죽음으로 얻어낸 영광은 빛바랜 승리일 뿐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으니까.” “네, 믿고 있을게요.”
웃음으로 화답한 레티시아의 반응에 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폭염의 마왕을 토벌한다.
엘프국과 마왕군이 대치한 전선에 참전했을 때부터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리베리아 엘프국을 위해서 싸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엘프 제자들을 위해. 그리고언제부터인가 시선이 끌리기 시작한 여성을 위해서 검을 들었다. 다음 전투에서 반드시 사브나크의 숨통을 끊어버릴 것이다.


다시 본진으로 돌아온 사브나크는 급히 완성된 막사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고요와 적막만이 감돌았다.
죽은 듯이 고요한 분위기에 악마들이 수군거렸다.
마왕 살해자를 끝장내기 위해서 힘을 단련하고 계신다. 명상을 파워볼게임사이트 통해 내면에 숨겨진 힘을 끌어내는 게 아닐까. 막사 주변의 경계를 서던 악마들은 사브나크가 다음 전투에서 마왕 살해자를 죽이고 엘프들의 시체로 리베리아 반도를 시산혈해로 만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왕님에게 비밀병기가 있는 게 분명해.” “지난번에 식사를 전하면서 힐끗 봤는데 다섯 손가락에 반지들을 잔뜩 끼셨더라고.” “고철검이 폭주할지도 모른다고도 중얼거리시던데? 광기와 살의에 빠져 주변의 아군까지도 모두 몰살시킬지도 모른다고…. 투박하게 생긴 단순한 철검인 줄 알았더니 사실 마검이었던 거지.” 악마들이 몰래 엿들은 말들은 사실 사브나크가 집필하고 있는 대본이었다.
마왕 살해자의 앞에 섰을 때,

모든 만물들의 적이라 불리는 마왕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자 꾸며낸 말에 불과했다.
사브나크의 고철검은 불괴(不壞) 속성의 힘만 가지고 있을 뿐, 유신의 낙뢰검 같은 이능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광기에 미칠 일도, 살의에 빠질 일도 없었다. 그것은 단지 마왕 살해자를 위협하면서 마왕의 권위와 위압감을 드러내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했다.
“나야말로 불구대천의 원수,모든 생명체들의 맞수이자적수인 마왕이다! 마왕의 검을 꺾어라. 그리고서 마왕의 시체를 짓밟아라. 그 위에 빛나는 영광과 위대한 전설이 함께하리니! 아가레스를 꺾은 마왕 살해자여, 너의 그 살식(殺式)으로 나의 불사에 도전해보라!” 붉은 머리카락의 여성은 마치 무도회에 선 배우처럼 경쾌한 발걸음으로 막사 안을 누볐다.
대사를 흥얼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사브나크의 얼굴에 강한 흥분감이 감돌았다.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새하얀 뺨에 희열이 깃들었고, 촉촉한 눈동자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전쟁의 승패를 통해 엘프국과 마왕군, 양대 세력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므로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었다. 그리고 사브나크는 그러한 싸움을 지금까지 기다려왔다.
“여기를 고치고, 여기를 수정하면….” 그 뒤로 한참 동안 책 v 상에 매달려 있던 사브나크가 드디어 완성본을 손에 넣었다.
“됐다!”
사브나크가 종이를 팔락거리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완성되었다.
마왕 살해자와의 운명적인 결투를 더욱 빛나게 해줄 대사가 만들어졌다.
엘프들에게 영역을 빼앗기고 쫓겨난 한심한 마왕이 아가레스를 토벌한 마왕 살해자를 물리쳤다! 분명 그 소식은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만 되면 수백 년 전에 잃은 명성과 실추된 긍지를 모두 회복할 수 있으리라. 깔보고무시하던 다른 마왕들도 이번 승리를 계기로 두 번 다시 무례하게 대하지 못하겠지.
‘리베리아 반도를 다시 탈환하면 마물의 왕이 요구했던 조건들을 모두 채울 수 있다. 남쪽 대륙의 지배자에게 자금과 병력들을 빌린 건 도박이었지만…, 이제 승리가 눈앞에 당도했다. 그 자린고비 같은 놈도 더 이상은 나를 위협하지 못할 터.’ 마물의 왕.
남쪽 대륙의 지배자.

그 괴물의 모습을 회상한 사브나크는 치가 떨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엘 시드와 엘프들에게 패퇴한 이후, 사브나 실시간파워볼 크는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남쪽 대륙까지 물러났다. 남쪽 대륙에서 수백 년 동안 스스로를 단련하면서 복수의 때를 기다렸다. 엘프들과의 전쟁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잃은 사브나크는 마물들의 왕으로부터 자금과 병력들을 빌려 기사회생(起死回生)을 시도했다.
“난 절대로 도망치지 않는다.”
사브나크가 두 손을 맞잡은 채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렇게 맹세했다.
꼴사납게 도망쳤던 그때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노라고.
엘프들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것은 엘 시드라는 말도 안 되는 괴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사의 총애를 끊을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왕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일삼았던 철혈의 엘프 여기사. 아직까지도 사브나크는 엘 시드에게 가차 없이 난도질당했던 과거를 잊지 않고 있었다.
“마물들의 왕, 그리고 투마(鬪魔). 너희들은 방관자의 위치에서 지켜보고 있어라. 맹세와 대가를 치렀던 내가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지.” 폭염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
위태롭게 흩날릴지라도 다시 활활 타오를 것이다.
엘프들에게 빼앗긴 영역을 되찾고 여섯 마왕의 위용을 다시금 대륙에 떨치리라. 승리가 눈앞에 도달했다. 더 이상은 망설이는 일도, 뒤로 물러서는 일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들이 완성되었다.
싸움 준비도, 승리를 거둘 준비도.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정정당당하게 마왕 살해자를 쓰러트리고 리베리아 반도를 붉은 폭염으로 불태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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