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게임
“1516화 강자의 비애 어두운 성공 중, 엽현은 정성들여 검을 휘둘렀다.
이 드넓은 우주가 모두 그의 수련장이었다.
남자 역시 엽현의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엽현으로서는 행운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홀로 수련을 해 왔던 그는 항상 가르침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검수가 자신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세상에 이보다 더한 행운이 또 있을까?
시간이 흐르고, 또다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혹독한 수련을 거친 엽현은 예전보다 더 빠른 순살일검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그의 목표는 극한에 도달하는 것.
아니, 극한을 뚫고 새로운 지평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었다.

이때, 엽현이 검을 로투스바카라 내려놓고는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검을 쥔 손에 마비 증상이 있어, 더 이상 수련을 제대로 이어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휴식을 결심한 엽현은 허공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뒤이어 자기를 이용해 몸을 회복하던 엽현은 곁에 있는 남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제 좀 어떤 것 같습니까?” 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좀 봐 줄 만 하구나.” “또 개선할 부분은 없습니까?”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을 휘두를 때, 서두르지 로투스홀짝 말고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해 보거라. 훈련을 위한 훈련을 해선 안 된다. 필요하다면 동작을 멈추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 “명심하겠습니다!” “너는 재능이 있고, 끈기도 있다. 다만 조급한 성격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만약 어떤 순간에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범검에 이르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말에 엽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정신을 집중했다.
사실 청성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유를 가지고 수련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청운에게서 순살일검을 사사 받은 후에도 이 검기를 완전히 수련해 놓지는 않았다.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혈맥지력과 강력한 육신을 이용해 검기의 위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순살일검의 정수에 접근하는데 방해요소가 되었을 뿐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지금까지 외물의 힘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검 자체의 위력은 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휴식을 취한 엽현은 다시 일어나 수련을 재개했다.
검도에는 결코 지름길이 없었다. 오픈홀덤
다시 한 달이 세이프게임 지난 어느 날.
성공 속의 엽현은 눈을 감은 채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윽고, 검집에서 검이 뽑혀 나온 순간, 수천 장 밖의 공간에 얕은 균열이 일더니 한 줄기 검광이 밖으로 튀어 나왔다. 이와 거의 동시에, 사방에서 무수히 많은 검광이 일제히 빛을 발했다.
순살일검(瞬殺一劍)! 세이프파워볼
아니, 마땅히 순살십검(瞬殺十劍)이라 불러야 정확할 것이다.
이때의 엽현은 이미 눈 깜빡할 사이에 열 번의 순살일검을 펼칠 수 있었다.
더불어 순살일검의 속도 또한 극한에 이른 상태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엽현 자신에 대한 한계를 의미했다.
왜냐하면 한계가 있는 것은 사람일 뿐, 검도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눈앞의 남자에게 순살일검을 펼치게 한다면, 엽현보다 더 빠르고 강한 검기가 펼쳐질 게 분명했다.
손을 뻗어 검을 거둬들인 엽현은 남자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엽현과 눈이 마주친 남자가 가볍게 미소를 보냈다.
“아슬아슬하게 합격이다.” 이때, 엽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하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까?” 이 질문을 던진 이유는 간단했다. 이때의 엽현은 소위 ‘마음먹는 곳에 검이 도달하는 경지’에 한 발만을 남긴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검수가 엽현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해답은 실전에 있다. 실전은 무인의 잠재력을 가장 빠르게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이야말로 한계를 극복하기 가장 좋은 때지.” 엽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엽현은 문득 청성에서의 시절을 떠올렸다.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약하던 때였지만, 매일같이 생사를 건 전투를 끝내고 나면, 항상 더 강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슬슬 출발하자꾸나.” “예!”

검을 갈무리한 엽현은 남자와 함께 어둠 속으로 나아갔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지난번 찾았던 검의 형태를 한 산 앞이었다.
두 사람이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구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엽현을 본 고사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엽현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을 느꼈던 것이다.
엽현이 먼저 포권을 취하며 예를 차렸다.
“그간 안녕하셨소?” 정신을 차린 고사가 재빨리 미소로 화답했다.
“인사는 됐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지.” 고사가 뒤쪽의 산을 향해 소리쳤다.
“청업!”
윙-
청아한 검명이 산 정상에서 울려 퍼지더니, 청업이 엽현 앞에 내려섰다.
자주색 치마를 착용한 청업은 왼손에 검을 쥔 채로, 처음부터 엽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럼 바로 시작하지!” 고사의 음성이 떨어지기 무섭게, 청업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와 함께 엽현을 향해 날아드는 한 줄기 검광.
이 일검의 속도와 위력은 당초보다 훨씬 더 강력해져 있었다.
청업 역시 그동안 놀고만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검이 막 도달한 찰나, 엽현이 침착하게 검을 뽑았다.
검날이 빛을 발하는 순간, 청업의 검광이 파괴되면서 청업 본인 또한 수백 장 뒤로 밀려났다.
자리에 멈춰 선 청업은 곧바로 신형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이때, 이미 날카로운 검 끝이 그녀의 미간을 겨누고 있는 상태였다.
순살일검!
순간, 장내의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전투를 지켜보던 고사의 표정 또한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지난번과 비교해서 검의 속도가 보통 빨라진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때, 창업이 놀란 얼굴로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도, 도대체 뭘 어찌 한 것이오?” 자신이 반응조차 하지 못할 속도라니.
청업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이에 검을 회수한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수련! 수련을 열심히 한 것 외에 다른 것은 없소.” 청업의 표정이 다소 일그러졌다.
“그게 전부요?” “그리고… 생각을 했소. 아주 많이.” “…방금 전에 펼친 초식의 이름이 무엇이오?” “순살일검! 사저에게서 전수 받은 기술이오.” “…….”
“혹시 배우고 싶소?” 엽현이 웃으며 묻자, 청업이 고개를 저었다.
“내게는 딱히 지불할 만한 것이 없소.” “걱정마시오. 공짜로 가르쳐 주겠소.” 이 말에 청업이 고개를 들어 엽현을 쳐다보았다.
“그건 아니 될 말이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 “하하, 그럼 그대도 알고 있는 것을 내게 나눠 주면 되지 않겠소?” 잠시 고민하던 청업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두 사람은 곧바로 마주 앉아 무도에 관한 토론을 시작했다.
엽현은 곧바로 순살일검의 오의를 청업에게 전수했다.
이토록 강한 기술을 아무렇지 않게 알려주는 엽현을 보자, 청업은 매우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사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척 봐도 보통 기술이 아니건만, 어찌 아무에게나 이렇게 쉽게 알려줄 수 있단 말인가?
엽현이 먼저 대방한 모습을 보이자, 청업 역시 자신이 아는 지식을 술술 풀기 시작했다.
엽현 또한, 청업과의 대화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검기의 운용과 언제 나서고 언제 물러날지에 대한 고민은 확실히 청업이 앞서 있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예를 들어 그들이 있는 이 성역의 이름이 명하성역(冥河星域)이라는 것과, 오유계는 물론, 파사세계나 은하계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는 것 등이었다.
이로서 엽현은 자신이 오유계와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오유계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단 하루도 되지 않았지만, 그건 액난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액난문은 엄청난 힘으로 성공을 부수며 이곳까지 날아올 수 있었지만, 평범한 무인이 오유계에서 명하성역까지 오려면 백 년 이상은 걸릴 게 분명하다.
이 대목에서 엽현은 한 가지 궁금증이 일었다.
도대체 액난문은 자신을 데리고 어디로 향하고 있던 걸까?
이때, 한쪽에 서 있던 남자가 물었다.
“이 근방에서 특별히 위험한 곳이 있나?” 이 질문에 고사가 멈칫하더니, 남자를 향해 대답했다.
“그런 곳이 하나 있긴 한데… 너무나 위험해서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곳이오. 저 아이의 실력으로 갔다가는…….” “아, 그건 상관없다. 어디 있는지만 말해 주면 된다.” 고사가 남자를 흘끔 쳐다보고는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이리로 십만 리쯤 가다 보면 산맥이 하나 나올 것이오. 대황산맥(大荒山脈)이라는 곳으로, 강력한 황고이수(荒古異獸)들이 서식지이기도 하오. 너무나도 위험한 존재들이라 이곳 사람들에겐 금역으로 설정돼 있소.” 대황산맥!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바로 떠나자꾸나.” “예!”
시원하게 대답한 엽현은 다시 청업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청업 낭자, 고마웠소. 인연이 닿으면 또 봅시다!” 말을 마친 엽현은 앞서가는 남자를 뒤쫓기 시작했다.
이때였다.
“두 분, 잠시 멈추시오!” 뒤에서 들려 온 음성에 엽현과 남자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이때 고사가 매우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그곳은 단둘이 가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곳이오. 특히 산맥 깊숙한 곳에 살고 있는 흉수(凶獸)의 조상은 인간을 극도로 증오한다고 알려져 있소. 우연히라도 그 존재와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흉수의 조상? 녀석이 그렇게나 강한가?” 남자의 물음에 고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시무시하게 강한 녀석이오.” 이 말에 남자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군.” “…….”
“자, 어서 출발하자!” 말을 마친 남자는 엽현을 데리고서 자리를 떠나갔다.
고사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연신 눈썹을 씰룩댔다.
“저 둘은 도대체 어디서 왔기에 대황산맥도 모른단 말인가.” “혹시 ‘그곳’ 사람들이 아니겠습니까?” “…그건 불가능하다.” “저 남자는 제게 이 성역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유추하건대, 저들은 이 근방에서 온 자들이 아닙니다. ‘그곳’의 사람들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요?” 고사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신경 쓸 것 없다. 어차피 지나가는 과객들이었을 뿐이니. 들어가자꾸나.” 말을 마친 고사는 산 정상을 향해 신형을 옮겼다.
청업은 잠시 자리에 남아 엽현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응시했다.
“또 만날 수 있겠지?” 청업은 자기가 한 말이 우스웠는지 살짝 웃으며 돌아섰다.
엽현과 남자는 고사가 알려 준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네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만한 강한 상대를 찾아야 한다.” “얼마나 강해야 합니까?” “음… 네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강자라면 적합하겠지.” “그건… 지나치게 강한 것 아닙니까?”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선 절체절명의 상황과 마주해야만 한다.” 이때, 무언가 떠오른 남자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엽현에게 말했다.
“죽을 수도 있다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대단히 좋은 일이다. 그건 네가 아직 성장할 공간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지. 나를 보거라. 나는 이미 십만 년이 지나도록 그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 십만 년을 무적으로 살았단 말이다! 무인으로서 이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 줄 네가 아느냐?” 남자는 탄식을 하며 허공으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 괴롭구나. 나는 언제쯤 한 번 져 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