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파워볼
“958화 무섭냐?
“저자는 분명 그 소복의 여인을 두려워하는 게 틀림없어.” 여부자의 말에 장문수가 의아하다는 듯 그녀를 돌아보았다.
“두려워한다고? 그럼 왜 엽현을 노리는 거지?” “아마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겠지. 곧 죽어도 나설 수밖에 없는 그런……. 그리고 내가 볼 때, 저자가 목숨 거는 건 만유서옥은 아닌 것 같아.” 그 말에 여부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네 말은 그에게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거야?” 여부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무도 모르지. 이는 내 직감일 뿐이니까.” “흠… 그나저나 엽현과 그 소범이란 아이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 남자는 남의 손을 빌려 두 사람을 해치우려 하고 있어. 그리고 현재 오유계에서 그것이 가능한 곳은 단 두 곳뿐이지.” “무변지하성과 허무계!” 그제야 여부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 둘 중 한 곳에 떨어졌겠지. 아마 그 남자는 엽현의 배후와 맞서기 위해 이 두 지역을 이용하려는 것 같다.” “에휴, 그 녀석이 계옥탑을 들고 나타난 이후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구만.” 여부자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 게 아니라, 현재의 오유계의 정세는 무법지대와 다름없었다.
고대에 존재했던 무인들과 세력이 속속들이 나타나지 않나, 이제는 멸종해 버린 줄 알았던 이수들까지…….
현재의 오유계는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여부자의 눈 속에 문득 걱정과 근심이 서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후로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엽현 녀석이 걱정돼?” 장문수의 말에 여부자가 웃음을 터트리며 되물었다.
“왜, 너야말로 걱정되는 거야?” “뭐, 조금은. 무슨 문제 있어?” 장문수가 살짝 당황해하며 묻자 여부자가 고개를 저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 그런 뻔뻔한 자가 쉽게 죽을 리 없으니까. 오히려 걱정해야 할 건 우리야. 하루라도 빨리 윤회경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다음 전투에서도 손가락 빨며 구경만 하게 될 거야.” 말을 마친 여부자는 곧장 자리를 벗어났다.
홀로 남은 장문수는 잠시 엽현이 사라진 하늘을 응시했다. 그녀의 두 눈에는 걱정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구름 위에서 파워볼실시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백의인.
그의 육신은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로 회복 중이다.
이때, 그의 앞에 원천과 진독고가 나타났다.
“내 생각에 지금이야말로 만유서원과 부문종을 없애기에 가장 좋은 기회인 것 같소.” 백의인은 서서히 두 눈을 떴다.
“부문종과 만유서원을 제거하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소? 그런다고 서옥을 얻을 수 있소? 아니면 진짜 문제가 해결되기라도 하겠소?” “아니, 그럼 이대로 두고 보기만 하라는 것이오?” 인상을 구기며 열변을 토하는 원천.
이때 백의인이 조용히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보아하니, 그대는 아직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군.” 말이 끝난 순간, 갑자기 검은 그림자 하나가 원천의 뒤에 나타났다. 원천이 깜짝 놀라 출수하려 했지만, 곧바로 그럴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 찰나의 순간 그의 양팔은 이미 날아가 버리고 없던 것이다!
이 장면을 보자, 원천 곁에 있던 진독고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출수한 상대가 이미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탓이었다.
다시 백의인을 돌아보는 진독고. 그의 표정엔 의구심이 가득했다.
도대체 저 남자는 누구이며 진짜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지금으로써는 그 무엇도 밝혀진 바가 없다. 아마도 지금껏 만난 무인들 중에서 9호만이 저 백의인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
이때 백의인이 원천을 응시하며 말했다.
“당시 그대 서영족을 실시간파워볼 구해준 것만으로도 응당 고마워해야 할 일 아니오?” 사실 엽현이 서영족을 치러 갈 때, 원천에게 이 사실을 알려 준 것은 바로 백의인이었다. 만약 그가 미리 언질해 주지 않았더라면, 서영족은 엽현과 소범에 의해 완전히 멸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조금 전 무례하게 군 것을 사과드리오.” 원천이 머리를 조아리자 백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실시간파워볼 이래라저래라 훈수 둘 생각은 하지 마시오. 그대는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 “…알았소.” 백의인이 가볍게 웃으며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 세력의 우두머리라면 시야를 좀 넓게 가질 필요가 있소. 그런 점에서 진 종주는 아주 훌륭하오.” 이때 진독고가 백의인을 향해 말했다.

“내 한 가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있소. 엽현은 어찌하여 영생지에서 그렇게나 많은 기연을 얻을 수 있던 것이오?” “흠… 그건 나 역시 궁금한 부분이오. 이수경이라면 분명 뭔가 알고 있겠지만, 말을 하려 하질 않는구려. 나 역시 그녀에게 대답을 강요할 순 없소. 왜냐하면 조만간 실력을 완전히 회복하게 되면 나 역시 만만히 볼 수 없을 테니까.” “그럼 엽현은 나머지 두 금역 중 한 곳에 보낸 것입니까?” 백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대가 두 금역을 이용해 소복의 여인에게 대항하려는 것임은 알겠소. 그러나 엽현이 죽기는커녕 오히려 영생지에서처럼 기연만 얻게 될 수도 있지 않소?” “나 역시 그 점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오. 하지만 그런 천운이 또 있으리라곤 생각되지 않는구려.” 백의인의 말에도 진독고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다른 자라면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엽현 그놈이라면 또 혹시…….” “하하, 만약 또 그런 행운을 얻는다면 그때는 운이 아니라, 정말로 천자라고 생각할 수밖에!” 이 말을 끝으로 백의인이 두 눈을 감았다.
이때 진독고가 파워볼게임 주저하듯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대 역시 엽현 배후의 그 여인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는 것이오?” 천녀!
순간, 백의인이 다시 눈을 뜨고는 한 곳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아마 칠대삼의 엔트리파워볼 확률이 될 것이오. 그 여인이 칠, 내가 삼.” 그 말을 듣자 진독고와 원천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같은 시각.
결계 안으로 사라진 엽현이 천천히 눈을 떴다. 눈동자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자, 엽현은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난 거지?
그보다, 대체 여긴 어디지?
한밤중인 듯 매우 어두운 곳이었다.
잠시 후, 밤눈이 밝아오자 엽현은 자신의 앞에 산처럼 우뚝 솟아 있는 음산한 성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성인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그 크기가 너무나 거대해서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기 때문이었다.

설마… 무변지하성(無邊地下城)!?
엽현의 안색이 순간 잿빛으로 변했다.
백의인은 엽현과 소범을 무변지하성으로 데려다 놓은 것이었다!
소범이는?
문득 주변을 둘러본 엽현은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의 곁에 있어야 할 소범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소범이를 어디로 데려갔지?
[이보시오, 구층 주민.] [성안을 찾아보거라.] 구층 존재의 말에 엽현은 황급히 일어나 성을 향해 내 달리기 시작했다.
[뭔가 심상치 않다. 조심하거라.] [혹시 뭐라도 느껴지는 것이오?] [아니.]
순간, 엽현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아니, 그럼 처음부터 말을 하질 말던가!] 엽현은 문득 영생지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그때도 구층 존재는 아무 힘도 없는 것처럼 행세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진짜 실력을 보이지 않았던가?
엽현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 같은 구층 존재가 매우 얄미워졌다.
이때 구층 존재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녀석아, 네게 닥친 어려움과 시련은 너 스스로가 극복해야 하는 법이다. 너는 이미 주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성장하는 것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의 너는 천녀의 전승자라 하기에 너무나 연약하다. 어디 가서 그녀의 이름을 들먹이기 부끄러울 정도로.] […….]
엽현의 표정이 변하건 말건, 구층 존재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지금은 소범이란 아이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네가 죽어도 그녀는 죽지 않을 테니, 먼저 네 목숨이나 걱정하거라.] 바로 이때, 성문 앞에 이른 엽현이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럼 모르는 게 없는 그대가 한번 말해 보시오. 내가 이 안에서 기연을 얻을 수 있겠소, 없겠소?] [하하하, 만약 영생지에서 그랬던 것처럼 가는 곳곳 네게 기연을 던져 준다면, 난 그 자리에서 혀 깨물고 죽어버릴 것이다. 그런 더러운 세상, 더 살아봐야 뭐 하겠느냐!] [훗,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오. 어느 정도 난이도가 있어야지, 너무 쉬워 버리면 재미없을 테니까.] [쳇, 재수 없는 녀석. 가다가 확 똥이나 밟아라.] 그 말에 엽현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성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 안으로 들어서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산한 기운이 그를 덮쳤다.
아무런 생명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공허함이었다.
이때 엽현은 공간도칙을 운용하려 했으나, 이내 도칙을 사용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어떻게 된 거지?
엽현은 허둥지둥 현기를 끌어 올려 보았다. 하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검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때의 엽현은 완벽한 보통사람으로 회귀한 것이다!
[아마 그 백의인이 네게 무슨 금제를 가해 놓은 것 같구나. 그래, 그 붉은 인장!] [그러나 그건 내가 부수지 않았소?] [그렇긴 하다만, 그 전에 그 안에 깃든 신비한 기운이 이미 네 몸 안에 스며든 것 같다. 그것이 너의 몸에 금제를 가한 것이지. 아마 그 외에도 촉룡갑이나 불사지체를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네겐 여전히 튼튼한 몸뚱이가 있으니 잘 나눠서 맞으면 한 번에 죽진 않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째 목소리에 다소 기뻐하는 기색이 있는 것 같소?] [아니, 내가 언제 그랬느냐? 하하…….] 엽현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이 금제를 푸는 방법은 없겠소?] [금제를 풀다니? 그게 무슨 소리더냐? 네 입으로 방금 어느 정도 난이도가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더냐? 지금이야말로 실력을 점검하기 딱 좋은 것 같구나!] 순간 엽현의 입가가 부들부들 떨렸다.
[아니, 정말 이렇게 나오기요?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현기도 없이 도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이오? 도대체 말 같은 소릴 해야지…] [걱정 말거라. 너는 스스로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 물론 나 역시 널 믿고 말이야. 아무튼, 힘내거라, 내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
[녀석아, 그런 험상궂은 얼굴을 해도 소용없다. 내가 도와주고 싶어도 지난번 네 몸에 빙의했을 때 엄청난 소모가 있었기에 당분간은 움직일 수가 없다.] […정말로?] [정말로!] 엽현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오유계 삼대 금역이란 곳에서 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답은 분명히 ‘아니오’였다.
영생지에서는 도망이라도 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적이 나타나면 바로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때 구층 존재의 음성이 들려왔다.
[왜, 무서우냐?] 무서워?
[무섭긴 뭐가 무섭다고 그러시오!] [안 무서운데 왜 가만히 서 있느냐? 어서 안으로 들어가 보거라.] 잠시의 침묵 후, 엽현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잠깐 기다리시오. 오랫동안 서 있어서 그런지 다리에 쥐가 나려고 그러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