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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화 나한테 이걸 주는 거야?
엽현은 잠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대략 두 시간쯤 전진했을 때, 소칠이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 섰다.
“잠깐 기다려. 깨달음이 온 것 같다.” 소칠은 그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의식에 빠진 소칠의 전신에서 짙은 검의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엽현은 순간적으로 소칠이 경지를 뚫으려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바로 이때, 소칠의 검이 둥실 떠오르더니 엽현에게로 날아와 그의 복부를 툭툭 건드렸다.
“들어가고 싶어?” 윙-!
“음… 좋아.” 엽현은 대답과 동시에 소칠의 검을 탑 안으로 들여보냈다.
탑 안.
소칠의 검은 탑에 들어오자마자 곧장 탑 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그중 한 자루 검 앞에 서서 대화를 시도하듯 가볍게 몸을 떨어댔다.
하지만 탑의 검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때, 소령이 탑 꼭대기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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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실시간파워볼 사정이 있는 거야?” 소령의 물음에 검이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런데 있잖아, 지금 자는 중이니까 깨우면 안 돼.” 그러자 소칠의 검이 구슬픈 검명을 토해내고는 그대로 탑을 빠져나갔다.
소칠의 검이 사라지고, 소령이 탑의 검 앞에 섰다.
“아는 사이야?” 그러자 지금까지 반응이 없던 검이 응답했다.
“그런데 왜 아는 척하지 않은 거야?” “…….” 검이 이번에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소령이 고개를 저으며 돌아섰다.
“하여간 검이란 이해하기 어렵다니까…….” 옥상에서 내려온 소령은 곧장 칠 층을 찾았다. 칠 층은 이미 영과나 영초 따위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하지만 소령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팔 층 문 앞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시 탑 꼭대기로 올라가 검을 뽑고 허공에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다소 우스꽝스레 보이긴 하지만 그녀는 진지하게 검을 수련하는 중이었다.
이때의 그녀는 팔 층에 있는 것을 몰아내고 자신의 영토를 확장할 역사적 사명을 안고 있던 것이다.
한편 계옥탑 밖에선 실시간파워볼 엽현이 소칠 곁을 지키며 수련 중이었다.
바로 이때, 먼 곳으로부터 공간의 떨림이 감지됐다.
순간, 엽현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번에는 진짜다!
진중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엽현.
이런 그의 앞에 흐릿한 형상 하나가 나타났다. 이 형상은 점점 사람의 형태를 띠더니 마침내 한 여인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여인은 이십 대 초중반쯤 돼 보였다. 푸른 치마에 얼굴엔 가느다란 면사를 걸치고 있었다. 면사의 재질이 특별한 것인지, 여인의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다.
엽현을 마주한 여인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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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우주 파워볼게임 사람인가?” “…….” 엽현은 대답 없이 여인을 뚫어져라 바라보기만 했다.
이에 여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뭐라 말하려다 엽현 곁에 있던 소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명상에 빠진 소칠을 보자 여인의 표정에 변화가 일었다.
“대단한 기운이군.” 여인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둘 다 혼돈우주의 무인들인가?” “그렇다.” “설마 현황대세계로 가는 길은 아니겠지?” “설마 혼돈우주로 가려는 건 아니겠지?” 엽현이 되묻자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현황대세계에서 왔다.” “무슨 일로 가는 거지? 도둑질? 강도질?” “나는 그저 그쪽 세계가 궁금해서 한 번 구경하려는 것뿐이다. 안 되는가?” 여인의 대답에 엽현이 가볍게 미소를 보였다.
“그런 거라면 당연 가능하지.” “그런데…….” 여인이 엽현과 소칠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너희 둘 다 현황대세계로 엔트리파워볼 가려는 건가?” “그렇다. 우리 역시 그쪽 세계가 궁금해서.” “그렇다면 돌아가는 게 좋을 거다.” “돌아가? 어째서?” 엽현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묻자 여인이 대답했다.
“더 이상 전진했다간 죽을지도 모른다. 얼마 후면 공간거점이 나오거든.” 공간거점(空間據點)!
“그게 뭐하는 EOS파워볼 건데?” “흠… 혼돈우주는 이렇게나 낙후된 곳이었나?” “…….” “모르는 것 같으니 설명해 주겠다. 현황대세계는 사유계 곳곳에 공간거점을 만들어 놓았다. 이 거점이 있음으로 우주 안에서의 이동이 더 간편해지고 빨라졌지. 하지만 각 거점에는 그곳을 지키는 강자가 존재하고, 그들의 허락을 구하지 못하는 자들은 단숨에 목숨을 잃고 말지.” “너도 그곳을 통과해서 온 것 아닌가?” “나는… 돈을 좀 찔러 주었지.” “…….” 여인의 시선이 이번에는 소칠에게로 향했다.
“검수?” “그렇다.” “그녀에게서 다소 위험한 느낌이 드는군.” 이때 엽현이 손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는 어떤 느낌이 드나?” “너는… 어딘가 좀 어수룩한 것 같은데.” “…….” “아무튼 이쯤에서 각자 갈 길을 가는 게 좋겠군. 그럼 이만.” 말을 마친 여인은 그대로 엽현을 지나쳐 혼돈우주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봐, 혼돈우주 역시 만만치 않아.” 그 말에 여인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그러자 엽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정말이다.” 엽현이 보기에 여인의 경지는 봉제경 정도. 그 정도 경지라면 혼돈우주에도 그녀를 상대할 자는 있었다. 예를 들면 안란수 같은…….
혼돈우주에서 봉제경은 더 이상 무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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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 조언 고맙군.” 여인은 이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어두운 공간 통로 안.
엽현은 상대가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보아하니 앞으로 혼돈우주를 찾는 자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었다. 그들 중에는 방금 전의 여인처럼 그저 호기심을 가진 자도 있겠지만, 그 외에 것을 노리는 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뺏지 않으면 뺏길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
게다가 혼돈우주는 현황대세계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물론 혼돈우주 제 일의 약탈 대상은 다름 아닌 엽현, 자기 자신이었다.
그에게는 오유계의 신물인 계옥탑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때, 소칠이 천천히 두 눈을 떴다.
엽현이 그녀에게로 다가가자 소칠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가자. 그들의 공간거점으로.” 엽현은 앞장서서 걷는 소칠의 뒤를 쫓아 걸음을 빨리했다.
“어떻게 됐어. 무슨 변화라도 생긴 건가?” “음. 검도에 대한 몇 가지 깨달음이 있었다. 들어보겠나?” “좋아!” 엽현이 웃으며 말하자, 소칠이 걸음을 옮기며 대답했다.
“검을 수련한다는 것은 곧 마음을 돌보는 것과 같다. 내 마음 상태가 어떠한지, 검은 어떠한지, 항상 자기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자기성찰?” “그렇다. 자신의 내면을 숨김없이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지.” 엽현은 잠시 침묵했다.
내면을 똑바로 바라본다?
모든 인간에게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공존한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들의 어두운 부분을 외면하곤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어두운 부분은 사람의 마음 전체를 집어삼키는 괴물로 진화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끊임없이 마음에게 묻고 관찰하면 언젠가 완전한 검심(劍心)에 가까워질 수 있겠지. 이 방법은 너에게도 추천한다.” “깨달음을 공유해 줘서 고맙군.” 바로 이때, 소칠과 엽현이 동시에 제자리에 멈췄다. 그들 정면 백 장 밖에는 검은 차원문이 있었고, 그 문밖으로 어두운 성공의 모습이 보였다.
도착했나?
하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현황대세계가 아닌 수많은 공간거점 중 하나일 뿐이었다.
문밖으로 빠져나온 두 사람의 앞에는 검은 원반 하나가 성공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칠흑같이 검은 원반은 그 길이가 수천 장에 이를 정도로 길었다.
“저곳이 공간거점일까?” 소칠이 검은 원반을 바라보며 말하자, 엽현의 얼굴에도 호기심이 일었다.
검은 원반 위에는 수천 개는 될 법한 전송진들이 존재했다.
“만약 이 공간거점을 파괴한다면 현황대세계의 강자들은 한동안 혼돈우주로 넘어오지 못할 거야.” 엽현의 말에 소칠이 검은 원반을 유심히 바라보며 대꾸했다.
“부수지 못한다면 가지고 가자.” “뭐?”
“가지고 가서 공종(工宗)이 연구하게 하면 좋을 것 같군.” “…….” 바로 이때, 검은 장포를 입은 노인 하나가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잠시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인이 천천히 운을 뗐다.
“혼돈우주에서 온 자들인가?” “그렇소만?” 엽현이 대답하자 흑의 노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제 발로 죽으러 왔구나. 너희들의 목숨은 이제…….” 노인이 아직 말을 마치기 전, 엽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윙-!

장내에 한 줄기 검명이 울려 퍼지자, 흑의 노인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엽현이 기습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노인은 되는 대로 황급히 양팔을 들어 앞을 방어했다.
하지만 엽현의 검이 떨어지는 순간, 노인의 양팔은 그대로 으스러졌다.
콰쾅-!
노인의 팔이 잘려나간 순간, 그의 몸 전체가 큰 폭발에 휩싸이며 멀리 튕겨져 날아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의 육신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이때, 엽현의 검이 겨우 영혼만 남은 노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일검정혼(一劍定魂)!
일검정혼에 명중 당한 노인은 그대로 꼼짝도 못 하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이에 노인이 두려움 섞인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너… 도대체…….” 이때 엽현이 다시 손을 휘두르자, 진혼검이 노인의 미간 가운데 박혔다. 잠시 후, 그의 영혼은 순식간에 진혼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진혼검이 노인의 영혼을 깨끗이 집어삼킨 순간, 엽현의 머릿속에서 소혼의 흥분된 음성이 들려왔다.
[주인!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하! 네가 좋아하니 나도 기쁘다. 혹시 조만간 경지를 돌파하는 것 아니냐?” [이정도 되는 영혼을 한 번 더 흡수한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좋다. 내 최선을 다 해보마!” [충성!] 대화를 마친 진혼검은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엽현의 몸 안으로 사라졌다.
바로 이때, 몇 개의 강력한 기운이 두 사람을 향해 몰려들었다.

소칠이 위쪽을 바라보자, 공중에 떠 있는 세 명의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세 노인 모두 봉제경의 강자들이었다.
“혼돈우주의 놈들인가?” 가운데 있는 노인이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을 때, 소칠이 발끝을 튕겼다.
윙-!
청명한 검명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엽현 역시 공중으로 솟구치며 일권을 뻗어냈다.
장권(葬拳)!


장권이 방출되자 반경 수천 장의 공간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뒤이어 엽현의 주먹을 맞은 한 노인이 천 장 밖으로 튕겨 날아갔다!
이 노인이 막 자리에 멈춰 섰을 때, 그의 머리 위에 돌연 아홉 자루의 검이 나타났다. 노인이 안색이 딱딱하게 굳음과 동시에 아홉 줄기의 검광이 노인의 머리 위로 뚝 떨어졌다.
절살검진(絕殺劍陣)!
상대가 상대인 만큼 엽현 역시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윽고 아홉 개의 검광이 노인 주위로 번뜩이자, 그의 육신은 수십 조각으로 토막 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했다. 이때 완전히 파괴된 육신 사이로 노인의 영혼이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엽현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곧바로 진혼검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노인의 영혼은 변변한 저항 한 번 못해 보고 진혼검 안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노인의 납계까지 빠르게 회수한 엽현은 자신의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소칠과 그녀 뒤로 떨어져 내리는 두 구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이를 본 엽현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경지 상으로 봉제경 그리고 검도 상으로 초범검신에 이른 그녀 앞에 두 봉제경 강자쯤은 너무나 쉬운 상대였던 것이다.
이때 엽현 앞에 도착한 소칠이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바닥 안에는 두 개의 납계가 놓여있었다.
“뭐… 나한테 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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