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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화 기다리시오!
여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잔잔했지만,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백발노인의 주먹에는 이미 강대한 기운이 응집돼 있었다. 마치 톡 건드리면 터질 듯한 화산과 같은 모양이었다.
여인은 그런 노인을 상관하지 않고 그를 지나쳐 궁전으로 안으로 향했다.
“그대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바이오!” 여인의 뒤편에서 백발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걸음을 멈춘 여인이 무표정으로 말했다.
“일생일대의 잘못된 선택을 했군.” 여인이 다시 궁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바로 이때, 어디선가 한 자루 검이 노인을 향해 날아왔다.
노인이 잔뜩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검을 향해 일 권을 내밀었다.파워볼게임
순간, 노인 앞의 공간이 기이한 소용돌이로 변하더니, 그 안에서 광포한 기운이 끊임없이 방출됐다.
찰나의 순간, 주변의 별들이 요동치며 마치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푹-!
여인의 검은 유유히 소용돌이를 뚫고나와 노인의 미간 사이에 박혔다.
백발노인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갑자기 그의 육신의 노화가 빠른 속도로 일어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인은 한 줌의 먼지가 되어 우주 속에 흩어졌다.
육신에 담겨 있던 영혼마저 소멸되었기에 노인은 윤회조차 할 수 없는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별들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다시 고요함을 찾았다. 그리고 반 시진 후, 궁전 안에서 무수히 많은 무인들이 쏟아져 나와 사방으로 향했다.
그들은 한명의 남자를 찾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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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바로 엽현이었다.

중토신주.
조용히 있던 마종이 갑자기 청주를 향해 진공하겠노라고 선언하는 일이 발생했다. 합환종과 혈종의 복수가 그 이유였다.
마종 뿐 아니라, 귀종 역시 청주를 향해 선전포고를 날렸다.엔트리파워볼
그 목적은 너무나도 분명했다. 바로 엽현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호계맹에서는 엽현의 목에 달린 현상금을 수정하여 공표했다.
[창란학원 학생을 죽이는 자에게 최상급 영석 삼백만 개를, 엽현을 죽이는 자에게 최상급 영석 오억 개를 하사한다.] 이 소식을 들은 중토신주의 무인들이 또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한편, 엽현은 한 대장간에서 나오고 있었다.
성문을 나선 엽현은 곧장 대나무 숲으로 걸어갔다. 그가 막 숲에 도착했을 때, 그의 앞에 금색 갑옷을 남자 하나가 나타났다.
엽현이 숲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자, 세 분께서는 숨어 있지 말고 나오시오.” 그의 외침에 곧 면사를 쓴 여인과, 광사, 그리고 왕자가 숲속에서 걸어 나왔다. 세 사람과 마주친 엽현이 광사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보아하니, 그대가 광사 용병단의 단주 광사인 모양이오.” “나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는가?” “하하, 물론이오. 소문에 그대가 신합경에 있을 때 만법경 강자를 죽였다고…….” “소문이 아니다!” 광사가 덤덤하게 대꾸하자 엽현이 엄지를 내밀었다.
“대단하오!”
이번에는 광사가 엽현을 훑어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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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역시 보통은 아니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검황이라니. 이는 중토신주에서도 보기 힘든 경우지.” 엽현이 빙긋 웃어 보인 후, 이번에는 왕자를 향해 말을 걸었다.
“그렇다면 그대가 바로 요얼방 삼위의 왕자겠구려. 혹시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그대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싶소. 물론 진짜로 싸우는 것이 아닌 비무 형식으로 말이오.” 왕자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언제든지!”
엽현이 왕자에게 포권을 취한 후, 그의 곁에 있는 면사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엽현을 바라보고 있던 면사녀와 눈이 마주쳤다.
엽현이 가볍게 웃었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오?” 광사와 왕자의 자료는 이미 사도 가로부터 넘겨받았다. 하지만 사도 가는 면사녀에 대한 정보는 알지 못했다.
그녀의 진정한 실력 역시 미지수인 상황이었다.
면사녀는 그저 엽현의 눈을 응시할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EOS파워볼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엽현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렇게 온 것은 그대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고 싶기 때문이오. 그대들이 동료들을 이끌고 나를 찾아온 것은 필시 내 목에 달려 있는 현상금 때문일 것이오. 맞소?” “그렇다!”
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히 말했다.
“하하, 그럼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소?” 광사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들은 이 전날, 밤새도록 엽현에 대해 조사하고 토론을 했다. 그리고 조사하면 할수록 이번 일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엽현은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창목학원과 암계와 대적하며 명성을 날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암계는 철저히 종적을 감췄고 창목학원은 한순간에 삼류 세력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창목학원이 몰락한 건 호계맹의 처벌이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었다.
더욱 수상한 것은, 호계맹이 직접 나서서 엽현을 처리하지 않고 지명 수배를 내렸다는 것이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에는 반드시 숨겨진 무언가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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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왕자가 물었다.
“반대로 네가 우릴 찾은 이유는 무엇이냐?” “흠… 일단 사람들을 물려주시오.” 왕자가 엽현을 한 번 바라보더니, 한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사방에 포진해 있던 무인들이 순식간에 물러났다.
엽현이 세 사람 앞에 한 걸음 더 다가서서 현기전음(玄氣傳音)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했다.로투스바카라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다른 자들이 절대 알아서는 안 되니, 전음을 통해 전달하겠소. 내가 그대들을 찾아온 이유는 동맹을 맺기 위함이오!” “동맹?”
왕자가 눈썹을 치켜뜨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현재 청창계는 영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끊임없이 혼란스러운 상태요. 이런 시기에 든든한 동맹이 있다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닐 것이오.” “하지만 호계맹에 의해 지명 수배가 내려진 너와 동맹을 맺는다면 호계맹을 적으로 돌리게 된다!” 엽현이 고개를 휘저은 후, 웃으며 대답했다.
“그 점은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소.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 엽현은 호계맹에서 심혈을 들여 키우고 있는 차기 호계 존주요.” 그 말에 면사녀는 평온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광사와 왕자는 일순간 표정이 변했다.
다소 놀란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던 광사가 소리쳤다.
“우리가 어떻게 그 말을 믿지?” “반대로, 내 말을 믿지 않을 이유는?” “그럼 호계맹이 너를 수배한 것은 다 너의 수련을 위해서란 말이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아니면 왜 내게 지명수배가 내려졌겠소? 만약 정말 호계맹이 날 죽이려 한다면 내가 어디 숨어 있는 것도 아니니, 직접 와서 처리하면 간단할 일을.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지. 왜? 육 존주는 바로 나의 사부니까!” ‘사부라고?’
그 한마디에 광사 등의 표정이 경악으로 가득 찼다.
청창계 최강자 중 하나인 육 존주를 모르는 이가 누가 있을까?
그런 육 존주가 엽현의 사부라고?

“그대들이 내 뒷조사를 해 보았다면 알고 있을 것이오. 나 엽현은 십팔 세 이 전에는 그저 평범한 무인에 지나지 않았소. 그러나 청성을 떠난 이후, 갑작스런 경지의 상승을 이뤄냈고, 온갖 싸움에 휘말리기 시작했소. 그 이유는 바로 내 사부인 육 존주, 그리고 호계맹이 내 배후에 있기 때문이오!” 엽현이 갑자기 손을 펼치자, 그의 앞에 두 자루의 천계 검과 백 자루도 넘는 진계 영기들이 나타났다.
“보이시오? 만약 내 뒤에 막강한 배후가 없다면, 내가 어떻게 이런 보물들을 지니고 있겠소?” 엽현이 검과 영기를 다시 집어넣은 후, 말을 이어갔다.로투스홀짝
“만구산, 두 명의 진 어법경 강자와 십여 명의 만법경 강자, 그리고 수백 명의 중토신주 무인들…… 누가 그들을 처리했는지 아직도 감이 오지 않소? 당시 사도 가와 암계는 압도적인 힘으로 나를 죽이려 했소. 하지만 호계맹이 그걸 가만 보고만 있었겠소? 당장 강자들을 보내 그들을 멸절시켜 버린 것이오!” 광사와 왕자가 놀란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들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엽현에게서 그 말을 들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만큼 호계맹의 안배는 절묘한 것이었다.
“청주의 상황이 급변하자 나의 사부는 이 기회를 틈타 나를 단련시키는 한편, 몇몇 사악한 세력들을 제거하는 계획을 세우셨소. 예를 들어 지금 청주 곳곳에서 학살과 약탈을 일삼는 자들 말이오. 저들이 이렇게 대놓고 천리를 어지럽히고 있는데, 호계맹에서 가만 내버려 둘 걸이라 생각하시오? 결코 아니오!” 엽현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실 우리는 이번 사태에 끊임없이 관여해 오고 있었소. 그대들 눈에는 내가 내 배를 불리려 청주를 지키는 줄 알고 있겠지만, 사실 청주를 지키는 것은 바로 나의 임무요. 청주를 저 사악한 무리들 손에서 지켜 내기만 하면 나는 임무를 완수하게 되는 것이오. 그렇게 되면 호계맹의 존주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되오. 즉, 훗날 호계맹은 나의 손에 들어온다는 것이오.” “이 모든 게 너의 수련을 위한 일이라면, 왜 우리와 동맹을 맺으려는 것인가?” 광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묻자,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수련을 하고 있다고 해서, 친구를 사귀지 말란 법은 없지 않소? 나는 그대들에게 이 청주를 함께 지키자고 제안하고 있는 것이오. 물론 그대들 역시 빈손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오. 우리가 손을 잡으면 수월하게 중토신주의 세력들을 잡고서 그들의 물건을 전리품으로 획득하게 될 것이오. 게다가 훗날 내가 호계 존주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그대들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오. 호계맹에 사람 하나 알아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말하지 않아도 그대들 역시 잘 알지 않소?” 엽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광사가 왕자와 면사녀를 차례로 쳐다본 다음 다시 엽현에게 고개를 돌리고 주저하듯 말했다.
“미안하지만, 아직 네 말을 모두 믿기는 어렵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소. 나 역시 강요하는 것은 아니오. 어쨌든, 내 형제들이 중토신주에서 나를 돕기 위해 달려오고 있으니, 그대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오. 하지만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그대들에게는 큰 손실인 셈이니 조금 안타까울 뿐이오.” 여기까지 말한 엽현이 세 사람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아무튼 그럼, 다음에 또 봅시다!” 말을 마친 엽현이 몸을 돌려 장내를 빠져 나갔다. 그의 발걸음에서는 그 어떤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때, 광사와 왕자는 뭔가 머뭇거리면서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만약 엽현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는 재물도 얻고 호계맹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인 것이다.
게다가 엽현이 정말로 호계 존주가 된다면…….
엽현의 자질과 소문에 들리는 그의 실력을 고려할 때, 엽현은 호계 존주가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만약 존주의 자리에서 탈락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호계맹의 핵심인사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런 자와 인연을 쌓아 두는 것은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 것이다.
바로 이때, 멀찌감치 걸어가던 엽현이 걸음을 멈추더니 세 사람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때, 그의 손에는 영패 하나가 들려 있었는데, 앞면에는 ‘호계(护界)’, 뒷면에는 ‘현(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여러분, 오늘 호계맹의 소 존주인, 나 엽현과의 대화는 모두 비밀에 부쳐주시길 바라겠소. 만약 오늘 이야기를 발설할 시, 소 존주 역시 그대들의 체면을 봐줄 수 없을 것이오.” 그렇게 짧은 한마디와 함께 엽현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바로 이때였다.
“엽 형, 기다리시오!” 다소 공손해진 광사의 목소리가 엽현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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